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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분진에 신음…“불안해 못 살아”

작성일 : 2014-04-16 10:13

작성자 : admin

농촌마을 곳곳이 건설·산업폐기물 등의 매립장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2~3년씩 이어지는 매립장 반대투쟁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져 내리는 등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평안하게 살아온 시골마을 주민들의 매립장 설치 반대운동은 폐기물 처리업체의 이익을 위해 소중한 마을과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는 절박감 때문이다. 단순히 위험시설·혐오시설 등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행동을 뜻하는 ‘님비현상’(NIMBY: 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은 안된다는 뜻)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들의 절규가 너무 절절하다.

　◆석면피해에 폐기물 매립장까지=2일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마을회관 인근. 이곳은 건설폐기물 매립장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깃발로 가득찼다. 주민들의 의지를 담은 ‘청정지역 혐오시설 웬말이냐 결사반대’ 등의 현수막이 이 마을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마을주민들이 건설폐기물 매립장 반대에 본격 나선 것은 2013년 8월. 2011년 마을 근처 석면광산이 문을 닫았지만 바로 옆에 2001년부터 한 업체에 이어 현재의 또다른 업체가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기존 업체와 관련된 업체가 광산 주변에 새로 일반폐기물 매립장 허가신청을 하면서 그동안 분진·소음 등의 불편함을 감내해 왔던 마을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마을주민들은 시민단체와 함께 ‘강정리 폐기물 매립장 반대 대책위원회’ 등을 꾸리고 해당업체가 그동안 작게 부순 건설폐기물과 사문석, 석면이 들어 있는 슬레이트지붕 조각 등 온갖 폐기물을 마치 ‘거대한 산’처럼 쌓아 놓은 문제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중간처리장이 허가면적을 벗어나 매립하고 농지를 불법전용했으며 석면을 방치했다는 근거 등을 들어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부터는 주민감사청구, 감사결과 불복, 충남도에 청양군 직무이행명령 요청을 진행했다. 결국 3월 말 ‘청양군이 업체의 위법행위 여부에 대해 사실조사를 하고 후속조치 결과를 도에 5월 말까지 제출하라’는 직무이행명령을 발동시키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태연(65) 강정리 이장은 “석면광산의 영향으로 주민 중 한분이 종피암으로 사망하고 석면폐증을 앓는 분이 여러명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건설폐기물 매립장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찬반대립으로 한 마을 두토막=7일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를 따라 빛바랜 깃발만 군데군데 꽂혀 바람에 날리고 있는 충남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의 아픔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업자들이 마을 앞쪽 산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면서 평화롭던 마을은 한순간에 두 토막이 났다. 매립장 설치에 대해 찬반으로 나뉜 50여가구 주민들은 이후 감정의 골까지 깊어져 악몽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국 폐기물 매립장을 조성하려는 사업계획서가 2013년 9월 군에 접수된 이후 면민 400여명이 반대집회를 벌이고 군의회까지 나서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업체가 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5월 초 법원의 판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충남 부여군 은산면 주민들도 3년째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2년 한 업체가 대양리 근처 산에 유독성 산업폐기물 매립장 설치를 추진한 것이 발단이었다.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7~10명씩 조를 짜서 매일 사업예정지 진입도로에서 농성을 벌이며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끝나지 않는 주민들의 고통=2일 은산면 대양리 진입로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서모씨(67)는 “이제 바쁜 농사철이 다가오는데 몇년째 해결기미는 안보이고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대술면 궐곡리 비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모씨(58)는 “찬반 주민간에 대화도 안하고 서로 외면하면서 지나칠 정도로 마을 분위기가 살벌해졌다”면서 “왜 이렇게 갈라져 살아야 하는지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이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투쟁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득’보다는 ‘실’이 많기 때문이다. 생활에 직간접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자연환경 파괴 우려, 청정지역 농산물 이미지 훼손 등 손실이 훨씬 많다고 말한다.

　비봉면 강정리는 이미 ‘석면’ 피해로 마을주민들이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은 곳이다. 대술면 궐곡리는 상수원 및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예당저수지 상류에 위치해 있는데다 황새마을 조성 등 각종 친환경농업이 추진되는 지역이다. 부여군 은산면도 벼·포도·딸기를 많이 재배하는 지역이고 상수원인 보령댐으로 물줄기가 흘러가는 곳이다. 그래서 더욱 폐기물 매립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지가 결연할 수밖에 없다.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연대 상임대표는 “매립장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농촌마을에 대한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며 “주민과 행정기관, 관련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되풀이되는 폐기물 매립장 설치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양·예산·부여=이승인 기자

출처기사 바로가기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30938&subMenu=articleto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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